2024-08-20 04:06
지금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지만 나의 원래 전공은 서어서문학이다. 많은 이들이 인문학은 쓸모가 없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있어 문학은 내 학부 생활을 정말 풍요롭게 해주었기에 내 삶에서는 정말 쓸모가 많은 공부였다. 돈키호테를 읽으며 마지막 중세적 인간이자 르네상스의 시작점에 위치한 한 인간을 논하고, 백년의 고독을 읽으며 라틴아메리카 현대사 속에서 한 가문의 몰락을 살펴보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와 희곡을 읽으며 스페인 내전기 한 젊은 지식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던 삶이었다. 돈과는 눈꼽만큼의 관련도 없지만, 이 얼마나 낭만있는 삶인가. 그래서 나는 인문학의 위기가 지난 수십년 간 유학파들로 학과 교수진을 채워왔음에도 여전히 세계적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한국 인문학 관련 전공 학과들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지 인문학의 쓸모없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정치학을 공부하느라 문학 작품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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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KANGWOOK
haka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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