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조리원에서 돌아와 집에 왔을 때도
산후 도우미나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독박 육아를 해도
힘들지 않았다.
먹는 것 꾸미는 것 보다 그 무엇 보다 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에게 두시간 세시간 마다 감기는 눈을 부비며
해야 했던 모유 수유도 크게 힘들다 느껴지지 않았다.
원더윅스로 달래지지 않는 아기의 울음과 짜증도
그 순간 솟구치는 화만 사그러들면 되었다.
나는 산전 우울증이 없었는데 산후 우울증도 없었다고
뉴스에서 산후 우울증으로 아기에게 또는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짓을 하는 여자들의 얘기가
나올 때면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뒤늦은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아기가 걸음을 갓 떼고 엄마가 시야에 보이지 않으면
찾기 시작하고 모든 의사 표현을 울음으로 하던 그 때.
칭얼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귀가 울리고 따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