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04:39
항해사라는 직업은 1년에 보통 100일 가량의 휴가를 보낸다. 난 항해사는 1년에 100일만 산다고 표현한다. 이런 이반적인 생활을 하면 당연히 힘든 것이 많다. 특히나 괴로운 것 중 내적친밀감이다. 사람 만나는게 좋다보니, 결이 맞고 뜻이 통하는 새로운 지인이 종종 생기곤 한다. 그런 사람과 자주 만나고 친해지면 좋다. 상대도 날 친하게 여기고 좋아하면 더 좋다. 하지만 상대보다 내적 친밀감이 더 쌓이는 것은 문제다. 100일만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감정과 생각이 3배는 더 많이 쌓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타인과 친해지는 것은 너무나 조심스럽다. 다시 승선하고 돌아오면 더 힘들다. 감정은 시간에 따라 퇴화된다. 이 절대적인 명제에 벗어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승선하는 동안에 내가 느낀 감정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왜냐면 내 시간은 그 시간동안 박제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항상 섭섭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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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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