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0 06:43
거짓말은 거지가 하는 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기발함에 놀랄 때가 많다. 그 중 하나는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규칙을 적용할 때다.
예를 들어 1급에서 연음을 배우고 나면 표기는 ‘옷이'지만 발음은 [오시]로, ‘앞에’는 [아페]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음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재미있는 현상이 관찰되는데 멀쩡히 잘 쓰던 ‘아파요’를 ‘앞아요’로, ‘아니에요’를 ‘안이에요’라고 쓰는 학생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안이에요’는 단순히 발음을 근거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부정형 '안’을 사용하여 '안+이에요'라는 형태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분석력이 돋보인다.
비슷한 맥락으로 ‘거짓말’에 대한 한 학생의 질문이 생각난다. ‘거짓말은 거지들이 하는 말이에요?’
이 학생은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거지’와 ‘말’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는데, 실제 사이시옷 규정에 근거해도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라 그 총명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