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무더위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람이 귓가를 일렁이면, 나른함의 리듬에 전신의 감각을 빼앗길 때가 있다. 기다란 낮이 저물고 짧은 밤이 고개를 내밀었다는 신호에 두 눈을 슬며시 닫게 되고 이어폰의 울림에 드럼 스틱을 쥔 듯 손가락을 까닥이곤 하는 나만의 불투명한 황홀경. 이 순간이 파라다이스인양 이 공간이 이비자인양 경계를 넘어서면 코 끝으로 그대의 향기가 잡힌다. 투명하게 관능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