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2 12:45
주저리주저리
어렸을 적에 나는 병약한 아이였다. 예민한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몰랐고 고생을 많이 했다. 고등학생 때 나는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죽겠구나 싶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도 넘쳤는데 항상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언제나 그것을 정신력과 의지력의 부족으로 여겼다. 나약한 정신력으로 뭘 하겠어. 또 금방 포기하네. 힘내자, 마음을 다잡고 또 얼마 안 가 고꾸라지고. 그러기를 반복.
성인이 되어 나의 몸과 질환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면서 조금씩 이해가 생겼다. 건강도 조금씩 나아져 20대 후반에는 취미로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꿈꿀 정도가 됐다. 링에서 스파링을 하고 집에 와서 책을 읽고,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체질에 맞지 않는 거지같은 조직문화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최소 3년 정도는 일을 하고 이직해야 할텐데'와 같은 무의미한 생각에 집착, 안에서 썩다가 더 큰 병이 찾아와 다시 주저앉고 일어서기를 반복.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