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3 13:41
모자를 좋아해서 새 모자도 갖고 싶었고, 외투도 사고 싶었고, 오래된 노트북도 바꾸고 싶었고, 고장난 스피커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티끌 모아 채운 통장 잔고는 태양이 병원비, 약값, 처방 사료로 훅훅 나갔다.
갖고 싶은거 결제했다가 다 취소 버튼 눌렀다. 다음 병원비를 생각하니 내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다. 그 지갑을 들고 오늘 하루 탱이 몫을 이것 저것 계산하고 나오는데 그게 무척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소중한 존재가 있는게 그런건가 보다. 책임지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고, 주저 앉고 싶다가도 일어나게 하고, 필요한 걸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내 몫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