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4 06:34
나는 어언 4년 정도 부모님의 모든 지원을 끊고 홀로서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다 잃어도 된다는 각오'로 투쟁해야 동등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세대는 안그래도 부모-자식이라는 수직적 관계에 더해서, 경제적 권력까지 부모세대에 열세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 시절 느낀 것이 무엇이냐, 부모님이 이뤄놓은 것이 얼마나 있고 재정적 권력이 얼마나 되든 간에, 자녀인 '내'가 그 줄을 모두 끊으면 한 사람의 '개인'인 나는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 4년 동안 나는 많을 때는 3천만원, 적을때는 몇백만원만 가지고 '생존'하며 버텼다. 고시원에서, 다세대 주택에서, 대학가 원룸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물론 성장과정에서 체화한 각종 아비투스를 활용하여 직장 자체는 학원 강사 출강이나 번역회사 등을 다니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비호를 내 스스로 끊은 그 시절은 60-70년대 갓 상경한 고학력자 청년들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