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 00:42
어릴 적 기억 속의 야구장은 스포츠 경기장이라기 보다는 도떼기시장에 가까웠다. 아빠를 포함해 대구에 사는 아저씨란 아저씨들은 모두 모인 것 같았다.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들은 양준혁이 낫냐 이승엽이 낫냐로 열을 올리고 있었고, 자리를 찾아 헤매는 내내 어디서든 술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는 아빠에게 우리팀이 강한 팀이냐고 물었다. 아빠는 대답했다. “삼성은 다 이기뿌지. 오늘도 이긴다! 쌍방울 아이가!” 쌍방울이 뭐 어쨌길래 이긴다고 그리 확신을 하는지 알지는 못했으나 ’우리 팀은 강하다‘라는 대답에는 매우 흡족해했다. 그날 경기는 정말 아빠 말대로 삼성이 이겼다. 경기 초반부터 쭉 점수를 리드하고 있었는지 아빠도 관중석의 다른 어른들도 모두 시종일관 눈을 반짝이며 기분 좋게 달떠있었다. 그리고 그때, 아빠가 경기 중에 별안간 물었다. “라면 물래? 라면 사주까?” 아빠는 그날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