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 00:42
어릴 적 기억 속의 야구장은 스포츠 경기장이라기 보다는 도떼기시장에 가까웠다. 아빠를 포함해 대구에 사는 아저씨란 아저씨들은 모두 모인 것 같았다.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들은 양준혁이 낫냐 이승엽이 낫냐로 열을 올리고 있었고, 자리를 찾아 헤매는 내내 어디서든 술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는 아빠에게 우리팀이 강한 팀이냐고 물었다. 아빠는 대답했다. “삼성은 다 이기뿌지. 오늘도 이긴다! 쌍방울 아이가!” 쌍방울이 뭐 어쨌길래 이긴다고 그리 확신을 하는지 알지는 못했으나 ’우리 팀은 강하다‘라는 대답에는 매우 흡족해했다. 그날 경기는 정말 아빠 말대로 삼성이 이겼다. 경기 초반부터 쭉 점수를 리드하고 있었는지 아빠도 관중석의 다른 어른들도 모두 시종일관 눈을 반짝이며 기분 좋게 달떠있었다. 그리고 그때, 아빠가 경기 중에 별안간 물었다. “라면 물래? 라면 사주까?” 아빠는 그날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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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i y a
roseline0223
어딜 놀러 가도 입장권 외에는, 특히 매점같은 곳에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던 아빠의 지갑이 그날은 인심좋게 열렸다. 나는 그 지독한 화장실 냄새도 잊을 정도로 신나게 라면을 먹었고, 집에 가기 전에 들른 기념품점에서는 포토볼도 얻었다. 원하던 이승엽 볼은 동생에게 가고 난 양준혁 볼을 가지게 됐지만 동생이 오락실 간 사이에 몰래 만져보면 그만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집에 가는 길, 어둑어둑해진 경기장 앞에는 귀여운 야구공 캐릭터가 그려진 버스가 서있었다. 그 버스에 고개를 푹 숙인 선수들이 올라타고, 곧이어 술에 잔뜩 취한 아저씨들이 출발하려는 버스 주위를 둘러싸고 알 수 없는 포효를 해대며 버스를 흔들어댔다. 누구를 향한 분노이고 무엇을 향한 분노였을까. 어린 날 나의 야구장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강렬하게 남았다. 야구장 앞에 도착해 경기장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부터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무엇 하나 미적지근한 온도의 기억이 없다. 하나같이 뜨겁고, 새파랬고, 강했다.
一小時內
Ki Hyun Kim
ddirory76
삼성은 다 이기뿌지. 마음에 드는 멘트네요.
11 小時內
김양욱
yangwook_sensei
쓰니 필력에 감탄을!👏👏 아버지 손잡고 처음 시민운동장 갔을때가 생각이나서 뭔가 울컥하네ㅜ 1990년도 초여름 태평양 돌핀스전에 내가 봤던 풍경과 너무 비슷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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