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01:14
어른이 되면 당연히 ’작가‘가 될 거로 생각했다. 책을 지독히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민을 오는 바람에 화가로, 결국 건축가가 되었다. 작가, 화가, 건축가…. 전부 집 가(家)가 붙는다. 그렇지만 이 ‘가’의 글자는 집이라는 공간보다 집안 전통, 가업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나는 ‘시인’이 되고서야 비로소 내가 되어 충만해졌다. 시인은 가(家)가 아니다. 시(詩), 인(人)일뿐이다. 이때의 “시”는 동사 일수도, 형용사일 수도, 명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시(詩)하는 사람, 시(詩)로운 사람, 시(詩)인 사람….. 시는 작업이 아니라 비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시인은 그냥 시+사람이다. 그렇기에 내가 시인이 되었을 때, 마침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래서 쓸모롭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그건 그동안 너무 쓸모로웠던 내 삶에 대한 다정한 위로이자, 앞으로 쓸모없어져도 괜찮을 삶을 위한 격려였다. 어쩌면 나는, 마침내 내가 그냥 나여도 괜찮아서 시인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回覆
轉發

回覆

轉發

24小時粉絲增長

無資料

互動率

(讚 + 回覆 + 轉發) / 粉絲數
NaN%

© 2025 Threadser.net. 版權所有。

Threadser.net 與 Meta Platforms, Inc. 無關,未經其認可、贊助或特別批准。

Threadser.net 也不與 Meta 的"Threads" 產品存在任何關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