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13:13
의사인성논란
몇년 전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
장폐색으로 입원결정이 난 젊은 환자였다.
복부 수술력이 있고, 구토를 해서 비위관을 넣고,
당장 수술할 케이스는 아니라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여느때처럼 설명하고 돌아서는 내 뒷통수에
“싸가지 없어” 라는 말이 꽂혔다.
콧줄을 빼면 안되냐는 환자의 요청에 나는 ‘구토를 했으니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했을 뿐이었다. 내 설명엔 특별히 날이 서 있지도, 부러 겁을 주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옆에 있던 나의 후배는 어떻게 저런말을 하냐며 대신 화를 냈지만, 오히려 나는 화가 별로 안 났다.
그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 짧은 순간, 몇 마디로 내 인성을 판단한단 말인가. 자신의 통증이 분노가 되고, 잘못된 원망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 환자는 며칠 뒤 퇴원하면서, 그 날 응급실에서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