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 01:36
바퀴벌레와 전쟁한 썰 3.
사람은 종종 잊는것 같다. 내 집은 그것들의 집이 아니라 전쟁터라는 것을. 다른 말로 그것들도 내 집의 어딘가엔 베이스캠프가 있고 거기엔 먹여 키울 자식새끼와 봉양할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개체 수가 줄어듦을 감지한 이 벌레 새끼들이 새끼를 까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4일째부터 알을 꽁무니에 매단 것들이 다량 발생했다. 이것들도 물량 공세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어마 어마한 벌레 새끼들이 분가하기 전에 이것들의 본거지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전투 경험이 쌓이니 이것들의 향하는 지점을 대략 특정 할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년이 넘은 주방이 가장 유력했다.
나는 약 50개의 미끼형 지뢰를 모두 주방에 집중 배치했다. 이들의 특성은 시력이 거의 없다 보니 벽을 만나기 전까지 직진하다가 벽을 만나면 그 면들이 만나는 교선을 타고 이동한다. 따라 면과 면이 만나는 각 지점에 취향껏 잡수십사 두 종류의 미끼를 함께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