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 05:43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정확하게는 떨어지는 느낌 자체가 내게는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놀이동산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는 못 탄다. 만약 누군가 내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거액을 줄테니 번지점프를 하라 해도 단번에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섭다.
그런데 공황이 터지고 불안이 극에 달하여 내 이성이 마비되었던 날. 생전 처음 맛본 공포에 정신이 나간 나에게 들어온 건 우리집 12층 베란다 창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창문으로 다가가서 하염없이 밑에만 바라봤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냥 끝나지 않을까?'
순간 엄청난 유혹에 휩싸인 나를 붙잡은 건 떨어지는 공포가 아닌 내가 죽은 후에 오열하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우울증은 정말로 무서운 병이다.
우울증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