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8 12:57
나 태어나고 두달 안 돼서 울 외할머니 돌아가셨어.
엄마는 산후조리도 다 안 끝난 몸으로 떡애기인 나 데리고 외갓집에 가셨고, 엄마의 엄마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갓난애기 옆방에 뉘어놓고 외할머니를 간호했대. 문 열린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난 살겠다고 버둥거리고, 외할머니는 돌아가신 거지. 딸만 다섯 둔 외할머니는 내가 딸이라고 얼굴도 제대로 안 보시고 “이삐다…”라고 하셨대. 아직 핏덩이 같은 애기였는데. 그렇게 나는 외할머니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뵌거야.
근데 신기한게 외갓집 마당에서 엄마가 나를 안고 “어머니~”하면서 엉엉 우시던 게 기억나. 기억 날 리가 없는데 그 광경과 엄마가 나를 꼭 안고 있던 느낌까지도 기억나.
나중에 꾼 꿈이겠지?
조작된 기억이겠지만, 사람이 막 임종한 그 광경이 무섭거나 어둡지 않고, 따뜻해.
내 외할머니니까.
그냥 그렇다고.
글 읽다가 생각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