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3 04:21
트라우마 쉬프트에선 할로윈 저녁이 즐겁지만은 않다. 파티복장을 입은 사람들 틈을 지나가면서 내가 첨 든 생각은 오늘 잠 자긴 글렀구나였다. 안 그래도 추운 수술실은 더 춥게 느껴졌고, 전운이 감돌았다. 아니나다를까 폭죽을 뭔 이유에선가 입에 넣어서 뇌가 난리난 10대 환자, 술과 약에 쩔어서 오토바이로 여러 차를 충돌한 환자, 슈퍼맨에 빙의되서 아파트에서 자유낙하한 psych환자, 칼로 난도질 당한 환자, 사탕때문에 싸워서 장기파열 온 환자등등. 담날은 완전 녹초가 되었었다. 그래두 담날 저녁은 인생에서 젤 평화로운 저녁이었고, 덕분에 쪽잠을 의자에서 잘 수 있었다. 꾀죄죄한 스크럽차림이었지만 간만에 나잇쉬프트 시작전에 광합성을 할 수 있어서 넘 좋았다. 나는 엽록소가 없지만 ATP가 막 생성되는 느낌이었다 ㅎㅎ 이제 이 ATP를 저녁에 다 소진하겠군..🫠 방금 심지어 daylight saving이 끝나고 주말이라 1시간 반을 더 일한다는 아주 희망찬 소식을 알게되었다.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