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4 22:54
어릴 때 난 엄마가 엄청 무서웠어.
그냥 막연히 떠올려보면 그래.
항상 화가 난 얼굴, 고함소리.
초등학교 때 방학이 제일 걱정됐어.
방학동안에 엄마한테 몇번을 혼날까. 하고.
그후로 이제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
딸이 이렇게 이쁜데 엄만 왜 그렇게 화만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사 자식 아니라 엄마 입장이 되어볼 수 있더라고.
싱글맘이었거든. 울엄마.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고. 몸 아파도 쉬지도 못하고. 그래도 항상 돈은 없어.
단둘이 월셋방 살면서 엄마 올 때까지 집주인한테 나 맡기고. 와서 밥하고 집안일하고.
대체 어땠을까.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한번씩 크게 울던 엄마 모습이 그제서야 떠올랐어.
미안하다며 우는 모습이.
내가 엄마가 되니 그제서야 보였다.
내 기억속의 무서운 엄마는 아주 작은 일각이고
나를 완성한 모든 것이 거대한 사랑이였어.
마흔이 된 나에게 아가라고 부르는 엄마가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