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13:39
어릴 적에 국민학교 3학년 때 내 짝 남자애는 도시락을 안 싸왔어.
그 애는 다른 남자애들처럼 장난꾸러기도 아니고 짖궂지도 않은 조용한 애였어. 좀 깨끗하지 못한 모양새로 학교에 왔지.처음 이틀 동안은 그냥 내 도시락을 같이 나눠먹었는데 집에 가서 도시락통을 꺼내놓으면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하니까 엄마가 그 다음날부터 도시락을 매일매일 두 개씩 똑같이 싸주셨어. 그 학년 내내 그랬고, 4학년에 올라가 그 애가 다른 반이 됐을 때도 내 점심 도시락은 늘 두 개였어. 5학년 때 그 애가 어디론가 이사가고 전학가면서부터는 도시락은 다시 하나가 되었지... 아주 가끔 그 남자애가 생각나.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참 착한 아이였었거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뎄다는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