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9 12:22
그러니까 이건 만성적인, 어쩌면 영혼까지 파괴할 수 있는 공허함이다. 무언가 결함이 있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 있다. 어떤 노력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일을 해도, 좋아하는 뮤지컬을 잔뜩 예매해도, 책을 읽어도, 친구들을 만나도. 잠깐은 채워질 지라도, 곧 다시 텅 빈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표정이 사라진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태엽을 감은 인형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언젠가는 멈춰버릴 지도 모르는.
예전에 상담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삶의 의미를 찾든, 무의미를 견디든’ 해야 한다고. 나는 둘 중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살아왔던 모든 방식은 의미가 되지 못하고, 세상이 무의미로 가득찬 공간이라는 걸 믿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나는, 더이상 삶을 버텨낼 힘이 없다. 몸은 살아 있지만, 영혼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