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2 01:18
해마다 이맘때쯤 올리는 총각무 먹는 고양이 이야기. 이날의 장면 하나가 나에겐 사료배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골목에서 어미냥과 아깽이가 맵고 짠 총각무 하나를 나눠먹고 있다. 고춧가루와 양념이 범벅된 국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미가 크게 한 입 베어먹자 옆에 있던 아깽이 턱시도가 나도 좀 먹자며 어미를 밀치고 총각무를 독차지한다. 그마저 삼색이 한 마리는 뒤로 밀려나 입맛만 다시고 있다. 총각무를 다 먹은 턱시도의 입과 발은 김치국물이 묻어 흰털이 벌겋게 물들었다.
하필 가져온 사료가 없어서 나는 주차한 차로 되돌아가 사료 한 봉지를 가져왔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어서 그릇도 없이 구석에 사료를 내려놓았다. 두 마리 아깽이는 걸신들린 듯 숨도 쉬지 않고 그것을 먹어치운다. 어미도 뒤늦게 새끼들이 물러나자 우적우적 사료를 씹어먹는다. 세 마리 길냥이 식구는 그렇게 한참 사료를 먹고 나서야 살겠다는 듯 눈빛이 평온해졌다. 이후 이들 가족이 사료원정의 단골이 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