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00:17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약속도 없이 진료실로 들어온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떨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한참을 바라보다, 안심시키려는 마음으로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썩은 시궁창 냄새가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다시 바라본 순간, 아름다움 속 숨겨진 은밀한 비밀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치석!
보호자와의 상담 후, 그녀는 스케일링을 받았다.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산뜻한 숨결로 돌아온 그녀는 한결 밝아 보였다.
"이제는 양치 꼭 해주세요."라는 내 부탁에 보호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부끄러웠던 걸까, 아니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을까.
뜨거운 여름이 오면 가끔 그녀가 생각난다. 그 날, 그녀의 치석은 사라졌지만, 강아지 양치의 중요성은 아직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