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02:35
처음부터 머리는 아무것도 아닌거였다. 7년전엔 안 어울렸던 숏컷이 지금에와서 잘 어울리는게 아니고 그 시절에 내가 나를 충분히 예뻐하지 못했을 뿐. 내 안에 이상적인 내 모습만 남기고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은 외면하고 싶었던거였다.
예쁜구석 좀 덜 예쁜구석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다 포함해서 그게 나다. ’내 모든걸 예뻐해야지!‘가 아니라 그저 어느 것 하나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딱히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이제 막 일어난 눈꼽 낀 얼굴과 매일 늘어가는 잔주름도 그럭저럭 예뻐보이는 순간이 온다.
굳이 좋은 것만 내보이려 애쓰지 않는 삶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아껴주고 견고한 평화를 주는지 이제는 아주 잘 안다. 싫어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수용하는 일이 인생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바꿔놓는지 매일 실감하고 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