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컬트적인걸 좋아해서 공포라디오나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을 자주 보거든. 그래서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귀신이 위험한건 알고 있었고. 근데 여태까지 내가 꿈에서 집에 쳐들어온 귀신을 처단하지 못한 적이 없어서 좀 안일하게 생각하긴 해. 근데 전에 살던 집. 신림동 어느 아파트. 동향이라는데 저층이어서 빛이 잘 안 들던 그 집에서는 다르더라. 평생 악몽은 꿔도 가위눌린 적은 없는데 그 집에서는 세 번이나 가위에 눌렸었어. 첫번째 가위는 사실 현실이랑 구분이 잘 안 가는데, 사람 형태인 회색 연기가 현관으로 들어와서 거실로 가다가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흠칫하더니 싹 사라지더라고. 그게 거의 어스름한 새벽이고 잠이 깰랑말랑하는 때여서 처음에는 도둑이 들어온 건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