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 11:13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 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스레드에서 슬픔을 우울을 토로하는 글들을 제법 본다. 피로감이 들 법도 하지만 공감은 못해줄망정 굳이 글을 피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쩌면 이기적인 인간이어서 타인의 슬픔에 썩 공감은 못하나, 슬픈 무게의 경중을 떠나 다들 각자의 멍에를 지고 있음에 한 떨기 안타까움은 표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