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0 13:24
언젠가 자신은 사랑과 욕망을 구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지 않아도 욕망을 느낄 수 있고 사랑해도 욕망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고.
나는 사랑과 욕망의 교집합을 추구한다고 대답했다.
사랑과 욕망은 다른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대상을 욕망한다. 그 교집합 안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나에게 어떤 감각을 느끼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오르가즘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는 것은 <향연>에서 말한 것 같은 합일의 환상이다. 그 환상은 너무나 달콤해서 한번 맛보면 돌아갈 수 없는 선악과처럼 이후의 나를 규정했다.

쾌락은 쉽게 마르고 감각은 빠르게 증발하지만 대신 내면에 머무는 그 잔향으로 비로소 첫 숨을 쉰다. 세상에 놓여 호흡하는 법을 그렇게 배웠다.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