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4 15:31
나도 직업이 있으니까 남의 분야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건 절대 삼간다-라는 전제로 말하자면,
나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주중의 대부분은 돈을 잃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산다. 다른 동료들은 몰라도 나는 이 일이 전혀 쉽지 않다. 아무리 고민해도 돈버는건 어렵다. 그러니까 sns에서 웬만하면 일얘기는 하지 않는다. 결과가 나쁘면 말로 떠들어봐야 공염불이고, 결과가 좋으면 그뿐이다.
언젠가 크게 낙심을 한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 결혼했고, 낙심을 숨기려 무던히 애쓰며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와이프 아이패드를 빌려 그림을 그려봤는데 너무 재미있는거다. 연남동 이층에서 바라본 동네 풍경이었다.
심지어 나는 자칭 미술덕후였다. 전공은 b로 깔아도 미술전공수업은 죄다 A였다. 중고등학교때도 문제집 아래 미술책을 깔아두고 몰래몰래 봤던 학생이었다.
3년정도는 퇴근하고 매일 서너시간을 그렸다. 그저 그게 내 탈출구였다. 패드라서 기름냄새도 안나고 손이 까매질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