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16:08
1.
지난 저녁 속도 없이 옛 연애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탓인지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 그것은 대 환장의 역사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백발 자국 양보하여 추억을 보정해 본다 하여도 "나 당신을 이제서야 이해하지만 죽어도 용서까지는 못 하겠노라" 복기하는 혀끝에서조차 쇠맛이 우러나올 만큼.
각자의 이름에 가시엉겅퀴 줄기를 칭칭 감아 놓고 애초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양 등 돌리고 사는 것이 최선인 우리는 서로에게 이다지도 미련스럽고 지독했던 한철의 장마였다.
2.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 멀리서 익숙한 시선이 느꼈다. 을씨년스러운 계절을 피해 숨어 있으려는 듯
두꺼운 외투안에 몸을 포개 넣은 너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