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16:12
3.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진공의 우주에서 표류하다 마주친 조난자들처럼, 깜빡깜빡 신호등의 불빛이 두세 번 바뀔 정도의 시간을,
대화 없이 다가서지 아니하고...
4.
살짝 올라가는 너의 입꼬리를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과거의 우리를 용서할 용기가 생겼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다시 저 멀리 닿지 않는 목성의 달로 보내기 위한 채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차곡차곡 소중하게 상자에 넣어 차갑지 않은 곳에 두고 올 것을 약속한다.
산산이 흩어졌던 조각을 수집하듯 마지막 너의 얼굴을 눈 안에 담고 싶었다.
긴 머리.... 눈 밑에 눈물점... 작은 입.... 다급하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벙긋거리는 너의 작은 입모양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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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ㄱ ㅖ속 보 ㅏ? 어쩌라고?
별꼴이야 진..ㅈㅈ...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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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도딱히달갑지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