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12:26
어둠이 한 점을 향해 수렴할 때,
나는 폐허의 가슴을 들여다보고야 말았다.
거기엔 묵은 슬픔과 불안의 초침이
종소리 하나 없이 공회전하고 있었다.
이 복도 저 복도를 돌고 돌아,
지쳐 허물어진 순간에야
나는 알았다.
이 건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이 아닌 시간을 삼켜온 것이라고.
눈이 감기려 할 때,
창 밖 어딘가에서
새벽의 불투명한 기억 하나가
살금살금 돌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비로소 모든 문이
이 건물 안팎으로 갈라졌다.
귀퉁이마다 배어드는
낯선 목소리가 속삭인다.
이곳을 빠져나가도,
결국 돌아오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