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2 12:33
잠 자기, 그리고 밥 먹기뿐.
겁도 많았어. 익숙치 않은 상황이나 사람을 마주하면 숨어서 덜덜 떨었어. 짖거나 물지도 않았어. 생김새와는 좀 다르게.
안타깝기는 했지만, 기르기는 오히려 더 편했어. 인간이든 가구든, 물거나 할퀴는 등의 사고를 전혀 안 쳤으니까. 놀아달라고 안 하니 아쉽긴 해도 귀찮을 일도 없었고.
어쩌면 개의 탈을 쓴 고양이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어. 독립적인 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화장실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가렸거든.
그래도 한 달 가량이 지나자 어느 정도 마음도 열더라. 내가 오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해줄 때도 많아졌고, 나한테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간식을 얻어먹기도 했고.
지금은 어느덧 5년이 지났어.
싱가포르에서 입양한 베이더는 그 사이 나와 함께 한국으로 왔어. 나는 그 사이 (어쩌면 개일지도 모르는, 엄청나에 애교가 많은) 고양이 두 마리의 아빠와 결혼했지. 아기도 태어났어.
겁 많고 게으르던 베이더는 여전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