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1 07:23
야요이 쿠사마의 <Pumpkin> 은 결혼 축하 선물이자 아트컬렉팅의 첫 시작이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는 표현처럼 다복하게 잘 살라는 기원이 담긴 선물이었다. 더군다나 Pigeon blood ruby 같은 deep red 컬러는 나와 남편 둘에게 모두 상서로운 색이었으므로, 우리의 신혼집에 걸기에 좋았다.
불우했던 기억과 트라우마로 반복적 환영 속에 살던 작가는 50년 넘게 dots, net, pumpkin 형상을 끊임없이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나는 우리집에 걸린 <호박> 에서 인간의 강박과 집착, 내적 결여와 은은한 광기가 혼합된 마술적 힘을 느꼈다. 지난 날의 상처와 실패, 진행형인 숱한 욕망들에 서글퍼질때 나는 이 그림 앞에 멍히 서있었다. 내 30대는 이러했다.
코로나 시기 미술시장이 최대로 과열되어있을때 , 나는 옥션 최고가에 이 작품을 과감히 떠나 보냈다.
이 옥션 기록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