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7 02:27
친모랑 연끊은 이야기(5)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오래 알고 지내던 동창(이지만 잘 모르던)과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
엄마만 챙기고 살아야지 하던 나의 마음 한 켠엔 또 다른 나의 인생을 꿈꿨나봐.
연애 몇개월만에 결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어.
상견례를 해야하니 2-3년만에 아빠에게 연락을 하게 됐고, 오랜만에 아빠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하고, 뭐라고 해야할까 두렵기도 했어.
하나 뿐인 딸이 결혼한다니 먼 길 상경하셨고
오랜만에 부모님+나 이렇게 만났는데, 그 숨막히던 공기를 아직도 기억해.
난생 처음 보는 어둡고 화난 표정의 아빠.
아, 아빠는 나를 나쁜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싶으면서도 씁쓸했어.
나 아니라고, 이러이러했다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다 상견례를 못갈 것 같아 일단 말과 눈물을 삼켜야만 했어.
엄마는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와 있을 때 당당한 기세로 아빠가 나쁜 놈이라고 욕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더라.
해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