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6 18:28
총 13수.
나는 긴 장수생 생활을 버텨왔다.
그동안 부모님은 내 성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어본 적도 없다.
이유는 아마 이렇다.
1. 먹고 사느라 바빴다.
2. 투자한 게 없으니 기대도 없었다.
3. 내가 힘들어할까 봐.
내신, 수능,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어떤 성적표도 궁금해하지 않으셨다.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하지만 단 하나,
건강검진 결과지만큼은 꼭 요구하셨다.
검진을 받고 오면 결과지를 가져오라고 하셨고,
직접 확인하며 꼼꼼히 살펴보셨다.
나는 그 순간이 두려웠다.
마치 성적표를 숨기는 학생처럼.
좋은 성적, 명문대, 번듯한 직업보다
내 건강과 행복을 먼저 걱정한 부모님.
그 덕분에 나는
13번의 실패를 견디며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