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9 22:51
시, 시간의 벽, 김민
시간의 벽
- 김민
나는 신이길 원치 않소.
그대들의 참배도 원치 않소.
그대들의 숭배도 원치 않소.
나는 인간이고 싶소.
고국의 산하를 떠도는 초라한 영혼이고 싶소.
나는 신도 뭣도 아닌게라.
나를 돌려내라.
나는 고국으로 갈 테다.
이놈들아,
이 나쁜 놈들아.
원치 않는 싸움에 휩싸여
이곳저곳을 떠돌았소.
이나라 저 나라를 헤매었소.
나는 고향 숲에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이고 싶소.
그대들의 숲을 지키는 산지기라 아니라.
나는 고향 땅에 묻힐 테다.
나를 돌려내라.
나는 신도 뭣도 아닌게라.
이놈들아,
이 나쁜 놈들아.
마지막 생기까지
이용해 먹을 땐 언제고,
내 죽음에 대해 하늘과 맺은 약속을
이토록 궁색하게 저버리시오.
그대들의 시간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