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31 02:13
칠판 앞에 멈춰 선다.
손끝엔 분필 가루가 남아 있고,
공책에는 빨간 펜이 그어져 있다.
한 장, 두 장, 구겨진 시험지를 펼쳐보지만,
틀린 답은 여전히 선명하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되짚으며,
나는 다시 손을 움직인다.
밤새 책상에 기댄 채,
지우개 가루를 쓸어내고 연필심을 깎는다.
문제를 풀 때마다 손바닥엔 연한 흑연 자국이 스며들고,
눈가엔 지친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익숙한 실수 위에 다시 선을 긋고,
열 번씩 답을 적어본다.
지우개는 점점 작아지고,
연필은 손에 잡힐 만큼만 남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틀렸던 숫자들이 정답으로 돌아온다.
사라진 줄 알았던 해답이 마지막 페이지에 남아 있고,
한 번도 맞히지 못했던 문제에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그렇게, 열 번째 답을 적을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