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2 09:38
마산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나즈막히 고여있는 도시입니다.
각자의 인생이 건물과 거리에 조금씩 흔적을 남기고 그것들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곳이죠.
이십대 중반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인 여름밤,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한 병 사 소방서 옆 부둣가에 걸터앉아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은 반 병도 비우지 못하고 얼굴만 발게져 돌아왔지만요.
어느 퇴근 후 저녁, 애인에게 주차를 알려주겠다 데려갔던 만날고개의 공영주차장. 아무도 찾지않는 한적한 주차장에서 한 시간 동안 연습해 주차라인에 맞게 주차를 시키고 하이파이브을 했을 때, 카오디오에서는 어반자카파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지요.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도 동네 곳곳에는 추억의 장소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산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