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3 09:05
나 대학교 다닐 때는 야학이라는 게 있었어.
여러 사정으로 배움의 때를 놓친 분들을 가르쳐 드리는 거야.
교내 공중전화 옆에 야학교사를 구한다는
공고가 많이 붙어 있었어.
야학은 대부분 무료 운영이라
뜻있는 대학생들의 열정에 기대어 많이 운영됐거든.
나도 한동안 야학교사로 활약했지.
우리 과 친구 중에 하나는 야학교사를 오래 했어.
걔가 어느날 야학에서 한 남자를 만났어.
가난, 아버지의 도박과 폭력, 어머니의 가출,
조부모의 건강 문제, 줄줄이 있던 어린 형제들..
세상의 모든 슬픔을 모아놓은 것 같은 어린시절 탓에
공부를 제때 못한 서른셋의 그 남자를
그야말로 열정으로 가르쳐서 검정고시를 합격시킨 뒤
방통대 졸업까지 곁을 지켜주다가 결혼했어.
그때 그 친구는 고교 교사였어.
둘은 애 셋 낳고 아직 잘 살아.
남자가 갑자기 사업에 성공했다든지 하는
드라마틱한 요소는 없어.
그들에게 누가 낫고 못 하고는 없었겠지.
사랑하고 믿으니까 결혼한 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