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6 22:06
"엄마, 이리 와. 빨리 앉아. 따뜻해."
버스 정류장, 누군가를 덥히는 의자.
딸은 차가울까 망설이는 엄마의 손을 잡아 끌고
지그시 엉덩이를 나란히 의자 위에 놓는다.
"어우, 뜨셔라."
"그봐, 엄마. 내 말이 맞지? 엄청 따뜻해."
스르르 긴장이 풀리자 엄마는 은근히 생색을 낸다.
마치 내가 네게 잘해주고 있다는 듯 말을 꺼낸다.
딸은 새침하게 받아친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엄마 입으로 하는 건 아니지.엄만 그게 문제야."
아웅다웅하는 모녀를 바라본다.
(그대. 그냥 자랑하게 둬. 엄만 그 마음만 받아달라는 거니)
"그대, 이리 와. 나랑 달려. 행복해."
둥근 트랙, 누군가를 덥히는 달리기.
피곤할까 망설이는 마음을 끌어
두 발을 힘껏 내딛고 달려본다.
"어우, 뜨셔라."
"그봐, 그대. 내 말이 맞지? 엄청 따뜻해."
그댄 달린 기록과 사진을 SNS에 올린다.
(그대. 마음껏 자랑해. 애쓴 그 마음만 받아달라는 거니)
모든달리기에는이야기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