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8 09:37
익숙한 얼굴, 낯선 기억
오늘 공적인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안녕하세요, 잘 계시죠?”
밝게 인사를 건넸는데, 속으로는 머리가 하얘졌다. 도통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얼굴은 낯익다. 분명 여러 번 본 사람인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슬쩍 옆에 있던 지인에게 물었다.
“저분 누구였죠?”
지인은 작은 목소리로 한 분 한 분 알려주었다. 나는 그제야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허함은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행사장에서 200명도 거뜬히 기억하던 내가, 이제는 몇 번을 본 사람도 낯설다.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도 변하고 있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스며든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자리를 지켰지만, 마음 한구석이 싸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