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4 13:09
시라노를 보러 갔을 때 시간이 남아서 고흐전을 보고 왔어. 사실 나는 그림에 깊은 감동을 받는 사람도 아니고, 미술을 잘 아는 편도 아니야. 하지만 고흐라는 인물은 뮤지컬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전시장에 들어섰어.
잘 모르는 만큼 설명도 꼼꼼히 읽고, 오디오 가이드도 열심히 들으며 감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 슬픈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달까.
예술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고, 온 생애를 바쳤지만, 생전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사실이 그림을 마주할수록 더 아프게 다가왔어. 뮤지컬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
유명한 대표작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나는 고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를 그림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