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4 15:19
내 주변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시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를 🙇♀️
저 여름이 손바닥처럼 구겨지며 몰락해갈 때
아, 당신이 먼 풀의 영혼 처럼 보인다 빛의 휘파람이 내 눈썹을 스쳐서 나는 아리다 이제 의심 은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의 어깨가 나에게 기대어오는 밤이면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세상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온 여름에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수줍어서 그 어깨를 안 아준 적이 없었다
후회한다
지난 여름 속 당신의 눈, 그 깊은 어느 모서리에서 자란 달에 레몬 냄새 가 나서 내 볼은 떨린다 레몬꽃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멜로디처럼 눈물 같은 흰 빛 뒤안에서 작은 레몬 멍울이 열리던 것처럼 내 볼은 떨린다
달이 뜬 당신의 눈 속을 걸어가고 싶을 때마다 검은 눈을 가진 올빼미 들이 레몬을 물고 레몬향이 거미줄처럼 엉킨 여름밤 속에서 사랑을 한다 당신 보고 싶다, 라는 아주 짤막한 생애의 편지만을 자연에게 띄우고 싶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