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6 04:40
누구나 가슴 속 깊이 간직하며 잊을만하면 조용히 꺼내 놓고 가만히 마주하는 그런 것들이 몇 개 쯤 있을 것이다.
내겐 이 노래가 그렇다.
받아쓰기 평균 20점이던 10살짜리 코 흘리게는 영어로 된 이 노래를 달달 외워 장기자랑에 나가 3등 상을 받는다.
소녀의 기도 한 곡을 못 외워 허구언날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가락을 절던 이 소심한 국딩은 학교 복도에 놓인 풍금으로 눈감고 이 곡을 연주해 쉬는 시간의 스타가 된다.
이 노래와 영화 때문에 가본 적 없는 스키장이 그리워 열병을 앓게 했던 내 어린 시절 마음으로 품은 첫 사랑, ’one summer night’ (영화 ‘사랑의 스잔나’ 수록곡)
한 여름 밤의 사랑을 담은 노래지만, 내게는 지난 어느 겨울 낯에 내렸던 함박 기억들로 하얗게 쌓여 있다.
영화는 안타까운 짧은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내게는 방 한 켠에서 조용히 지켜보다 힘들 때면 다가와 가만히 안아주고 등을 쓸어주는, 그런 엄마 같은 영원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