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4 13:46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 기억하겠다는 약속뿐입니다.]
'나다운 게 뭔데?' 흔한 클리셰로 쓰이는 문장. 읽으면서 계속 곱씹었다. 가족, 국가, 종種. 어디에 얼마만큼 속해 있어야 정말 나다워 질 수 있을까.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이야기마다 진행된다.
초반을 읽을 때는 대체역사와 SF가 잘 버무려진 단편들이 마냥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강렬해지다가 마지막 단편에서 폭발한다. 마지막을 읽을수록 올라오는 역함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 느끼는 건지 한 종의 일원으로 느끼는 건지 알 수 없다.
블확정성 원리를 생각한다. 관측 자체가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결정한다면, 이 기록은 우리의 소속을 어떻게 확정지을 것인가. 진리가 아닌 진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아니면 고정시켜 버릴까.
개인적으로 좋았던 단편들은 <즐거운 사냥을 하길>, <시뮬라크럼>, <송사와 원숭이왕>. 간만에 취향에 딱 맞는 단편을 만나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