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1 06:35
'폭싹 속았수다'를 4편까지 다 보고 티비를 껐는데도
한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엄마 엄혜란씨 때문인가. 애순이 때문인가.
아닌 것 같다.
관식이가 너무 내 남편과 닮았다.
우리는 결혼할 때
남편은 뚜렸한 직업이 없었고 빚은 많았다.
말수는 적고 나이는 많았다.
남편의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모시고 살아야했다.
부족하고 어린 나는 실수 투성이었지만
세상 누구보다, 아니 나 자신보다도 나를 사랑해주는
다정하고 무쇠같이 든든한 남편이 있어서 결혼 후 15년동안 지금까지 시어머님과 함께 잘 살 수 있었다.
맛있는 것 생기면 나 주려고 주머니에 몰래 넣어 오는 남편. 본인 신발은 떨어져도 내 신발은 좋은 것으로 사주고, 이제는 40대가 되어버린 나를 아직도 예쁘게 바라봐주고, 내가 힘들면 업어주고, 조금만 아파도 때마다 약을 입에 넣어주는, 내 모든 것을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 어머님은 서운하시겠지만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늘 내편인 사람.
관식이는 실제로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