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 06:43
오늘 점심을 먹고, 내 20대를 보냈던 곳들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2004년에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한학기 정도 머물렀던 하숙집, 이후에 군입대 전까지 살았던 자취방, 자주 놀러갔던 친구들의 집 앞을 가보았다.
군입대 전 살았던 내 자취방은 이틀에 한번은 술판이 벌어졌고, 아마 연인원으로 따지면 족히 500명은 되는 인원이 그 방에 머물렀을 거다. 자취방 바로 뒤에 기숙사가 있었는데 기숙사에 있던 친구들이 자기네 방은 두고 우리 집에 와서 자곤 했으니까 말이다.
대학원 졸업 후 11년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묘하다. 오랜 방황이 끝난 것 같은 안도감도 있지만, 친구들이 사라져버린 대학가는 뭔가 쓸쓸하다. "야, 밥먹자"라고 연락을 하면 정대후문에 하나, 둘 얼굴을 내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 그때로 돌아가면 군대도 다시 가야하고, 박사과정도 다시 해야 하니 싫긴 하지만. 이런 묘한 기분도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 점차 옅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