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로 이직을 고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전북대에서 근무하면서 내 전공과 전혀 맞지 않는, 때로는 내가 수행할 수조차 없는 영역의 일들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CV를 보면 알겠지만, 내가 작성한 논문은 물론이고,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쓴 term paper조차도 한국 정치를 주제로 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있다 보니 학회에서 호남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하고, 지역 통합과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며, 심지어 지방 의회에 대한 TV 토론 요청까지 받았다. 물론, 지역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뜻깊었다. 하지만 점차 나의 역할이 전국 단위의 정치 학회에서도 호남 정치에 대한 논의로 국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 있다고 지방정치 전문가는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