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4 18:58
그러고 나서 아침이 되어 대청봉에 올라갔다 왔다. 그 뒤로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나무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었으나 그 정도로 나무를 안고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그 방법은 내가 산을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주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그게 90년 중반의 일이니 근 30년이 넘은 지금도 그가 생각이 난다. 산 중턱 어디선가 죽었을 것 같은 방랑자였던 그가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 소나무를 볼 때마다 과묵함을 생각한다. 참나무에 바람이 스칠 때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낼 때마다 참 수다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90년대에 산에 다니면서 만난 기인들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