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6 01:13
이태원에서 처음 세들어 살던 집의 집주인 아주머니는 장미를 좋아하셨었다. 그래서 철마다 붉은 장미를 볼 수 있었다. 유럽의 동화도 장미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서 더 호기심 넘쳐 바라보았다. 그러나 장미의 향기를 맡을 생각은 안 했다. 화단을 밞으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혼나기도 했고 가시가 무서워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78년도에 나왔다는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듣고 장미의 향기에 호기심이 생겼었다. 장미꽃은 싱그러운 풀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같이 난다. 신기하다. 풀인데 꽃이다. 겹겹이 붉은 잎은 매혹적이었다. 꽃잎은 늘 차가웠다. 지금도 가끔 꽃잎을 만지면 그 보드라움과 서늘함에 살짝 놀라곤 한다.
나중에 커서 처음 사귀었던 여인을 마지막으로 다시 만났던 2004년의 여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부를 일은 다시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