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6 03:22
인기척 없이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에
창을 열어 길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차가게 간지럽히듯
봄비가 찾아왔다.
몇번의 기억을 더듬어 겹겹이 쌓여진 틈새에
넘실대는 숲 속으로 안내하는 빗방울,
바다 물결을 가로 지르고
여기까지 왔으니,
반갑게 손짓을 해 주었다.
차분하게 휴일을 쉬고 있음에
더 없이 누릴 수 있는 만남의 순간,
톡톡톡 벽면과 창틀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마주보며 기억의 저편에서 달려온 추억이
빗방울을 스치면 바람을 타고 대지로 숨어 버린다.
다시 숨바꼭질을 시작하게 된다.
땅속에서 잠자던 꽃씨와 닿아
감싸안을 때,
흠짓 놀란 꽃씨는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한다.
조금씩 으싸 하는 사이 눈꼽만큼 작은
잎새가 여린 빛을 발한다.
이렇게 휴일이 지나가는 동안
시계 초침은 칙칙칙
쉬지 않고 움직인다.
손가락들이 꼬물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자씩 완성 될 때마다,
의미가 살아난다.
눈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니
길게 눌려진 감정이 흐뭇한
미소로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