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6 04:24
배를 까뒤집고 죽은 쥐를 보며 너는 웃었어
저거 봐라 재밌지 않니
평생을 바닥에 붙어있던 저 놈의 배도
기어코 하늘을 향하는 날이 온다는 게
퇴폐와 관능이 어울리지 않는 열여섯
모든 용서받지 못할 아름다움을 가지고
타락해버린 소녀의 자조적인 웃음
낮고 음울하게 흐르는
너의 악기는 분명 첼로였나
어쩐지 핥으면 쓰디쓸 것 같은 입술에
반쯤 걸쳐있던 말보로와
찌그러진 맥주 캔 발치에 나뒹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너의 콧노래가 밤을 휘저었기에
달을 씹던 구름은 왠지 스산했고
너와 함께면 나는 반드시 저주받을 듯했어
이제와 기억을 헤노라면
다시는 너와 같은 사람을 볼 수 없을 테지
언제나 달에 빗대던
내 작고 오만한 세계의 첫 상징
L
나의 동경
나의 첫사랑
-
작년 오늘, 20년 만에 첫사랑에게 기별을 고했다
또래보다 깊고 음울한 사람
내게 말보로 미디움을 알려준 사람
너는 몹시 유해했던 사춘기의 열병이었고
난 그것이 아직도 퍽 고마워
하지만 올해는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