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7 09:04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어렴풋이 나의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애순, 관식이의 얼굴에 엄마, 아빠의 얼굴이 하나씩 겹쳐 보일 때마다 눈에 흙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까끌까끌했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라보기만 해도 아꼬운* 애순이와 관식이는 여러 번의 계절을 지나 하나 둘 자식을 낳고 함께 늙어간다. 여기서 문득 깨닫게 되는 사실 하나. 어느덧 중년이 된 애순이와 관식이도 노오란 유채꽃처럼 빛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미애)와 아빠(성조)도 20대의 애순이와 관식이처럼 싱그럽던 때가 있었을 텐데.
"미애. 나 태어나기 전에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 좀 해 줘." (가끔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미애'라고 엄마 이름을 부른다. 30대가 되어도 고쳐지지 않는 버르장머리)
1992년 5월 봄.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미애와 성조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있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그들의 첫 만남을 훔쳐보려 한다.